80대 이상의 할머니들은 대부분 혼례를 치른 후, 1년에서 3년 정도 친정에서 살면서 간혹 신랑과 혼인 생활을 했고, 그 후에 좋은 날을 잡아 시집살이를 하기 위하여 신랑 집으로 신행을 갔다.
시가(媤家)로 들어가는 신부 - 이진섭·김순자 부부 댁 소장사진해묵이 기간동안 시어른의 초상이 나면 신부는 상복(喪服)을 입고 시댁으로 간다. 이때 신부의 가마에 흰 치마를 올려 상주(喪主)가 되었을을 표시한다. 이를 ‘흰등 탄다’고 한다. 여기서 ‘흰’은 소복치마를 말하며, ‘등’은 가마를 뜻한다.
전안례(奠鴈禮)에서 신랑이 기러기를 대례상 위에 올려 놓으면 신부가 초례청으로 나온다.이때 친정오라버니는 신부를 안아서 초례청으로 데리고 나온다.
안방에서 초례청으로 신부를 안고 나오는 신부의 오라버니 - 김삼관·변순년 부부 소장사진신행가는 날 신부는 모든 준비를 마친 뒤에, 부엌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그리고 서운하고 아쉬운 마음과 함께 솥뚜껑을 3번 들었다 놓았다. 이를 지켜보는 친정식구들은 말없이 눈물을 훔친다. 정들었던 친정을 떠나는 신부의 하직 인사이다.
신행을 온 신부는 큰상을 받은 후에, 친정에서 가져온 산적·찌짐[적]·포·삼색실과 등으로 조상상을 차리고, 술을 올리며 절을 한다또한 신부는 마당에서 뒤집어 놓은 솥뚜껑 위에 조상옷을 올리고 불에 태워 드린다.
벽에 종이로 붙혀 놓은 조상자리 - 박복개 할머니 댁 소장사진며느리로부터 폐백을 받고 정식의 인사를 받은 시어머니는 찰떡을 담은 소쿠리를 머리에 이고 마당을 돈다. 며느리를 본 기쁨과 더불어 아들 내외가 앞으로 행복하게 잘 살도록 하는 몸짓 기도이다. 찰떡은 넉넉한 살림살이를 뜻한다.
신랑·신부가 잘 살길 바라며, 떡 소쿠리를 머리에 이고 마당을 한 바퀴 도는 시어머니 - 이진섭·김순자 부부 댁 소장사진신부가 받는 큰 상은 산해진미로 가득한 상이다. 다시는 이러한 상은 경험하지 못 할 것이다. 신부는큰 상에서 가장 먼저 간장을 찍어 먹어야 한다. 이렇게 해야 앞으로 집안의 장맛이 좋을 것이고, 시어른으로 부터 예쁨받는 다고 한다. 예전에는 식생활에서 장류가 가장 중요했다. 장맛이 좋으면 집안의 운수도 길하고, 그렇지 않으면 불길하다 여겼다.
산행하는 날, 큰 상을 받은 신부 - 이진섭·김순자 부부 댁 소장사진이러한 풍습은 아직은서로 낯설어 하는 며느리와 시어머니의 관계를 조금이라도 익숙하게 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당연히 시어머니 보다는 며느리가 긴장하고 불편했을 것이다.하지만 이러한 풍습이 없었다면, 시잡살이 초기에 며느리가 시어머니와 자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