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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이 주인이 되어 꿈을 펼쳐나가는 공간, 우리 동네 울주생활문화센터 _ [지역문화진흥원]

작성일 2018-06-07조회수 473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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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이 주인이 되어 꿈을 펼쳐나가는 공간, 
우리 동네 울주생활문화센터

 

▲ 울주생활문화센터 공예실에 모여 예술 활동을 하는 주민들

 

5월 어느 멋진 봄날, 일상 속 소소한 생활문화를 즐기는 사람들이 있다. 소녀감성 적셔주는 70세 도자공예 소녀부터 예술혼을 불태우는 인생2막 이장님까지. 바로 울산 울주 울주생활문화센터에서 만난 사람들이다. 각자 다양한 배경을 가진 마을 주민 한 분 한 분을 만나 그들만의 ‘진짜’ 생활문화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도자기 공예가 좋은 70세 소녀

 

“여기만 오면 다시 소녀 시절로 돌아가는 것 같아.”

 

생활문화센터 공예실에서 도자 공예를 열심히 배우고 있던 그녀. 이름을 물어보는 나에게 끝까지 자기 이름 밝히기를 거부했던 그녀의 나이는 올해 70세다. 공예에 열중하던 그녀를 보며, 그 동안 다른 누군가의 딸, 누군가의 부인, 누군가의 엄마, 그리고 누군가의 할머니로 살고 있는 그녀의 무던한 세월의 크기가 파노라마처럼 그려지는 듯 했다. 굳이 이름을 알고 싶으면 서예 동아리 교실에 전시된 작품에서 유일한 여자이름을 찾아보라는 무심한 그녀에 말에 조심스럽게 카메라 앵글을 잡아보았다.

 

▲ 도자기 작업에 열중인 소녀 할머니

 

소심한 앵글 속 그녀의 모습은 예술에 일가견이 있는 것처럼 도자를 빚고 있었다. 더 이상 말시키지 말라는 듯 다시 작품에 집중하는 시크한 그녀에게서 만드는 작품의 애정이 보였다.

 

이렇게 도자공예가 좋은 70세 소녀를 비롯하여 울주군 두서면 인보리에 위치한 울주생활문화센터에는 올해 65세 인보리 이장님을 주축으로 20,30대가 아닌 60대의 마을 청년들이 모여 예술혼을 불태우고 있었다.

 

개강 1년을 넘기고 있는 울주생활문화센터 도자기 공예반의 인기는 치열했다. 공예반 접수는 방문 접수만 가능한데, 새벽 6시 전부터 도자기반 수강을 하고 싶은 사람들이 줄을 서있어, 센터가 문을 여는 오전 9시에 와서는 접수 자체가 불가능하다 했다. 센터 도자기 공예반 멤버가 되려면 최소 1시간이나 두 시간 전에 센터에 와서 접수를 해야 하는 것이다. 지금도 모집정원 초과로 접수 전에 돌아가는 사람이 있는데 공예반 기사가 노출되고 유명해지면 수강생들이 몰려 텐트 치는 사태를 걱정하던 담당자의 모습이 미소를 머금게 했다.

 

▲ 울주생활문화센터 도자기 공예반 수강생들

 

치열한 경쟁을 뚫고 도자기 공예반에 입성한 수강생들은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이곳에서 혼자 반죽부터 도자기 모양 만들기, 유약 바르기, 도자기 굽기까지 모든 과정을 거쳐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낸다. 울주생활문화센터 공간 이곳저곳에 진열된 작품들에서 그녀들의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

 

“어렸을 때 왜 여자들은 소꿉장난을 하고 놀잖아요. 그동안 사는 게 바빠서 그런 소녀적 감성을 억지로 숨기고 살았는데 은퇴 후에 드디어 꿈을 이루고 있어요.” 도시에서 은퇴 후 귀농한 공예반 수강생이 말을 건넸다.

 

“농촌 생활이란 게 도시에서 꿈꾸던 것처럼 마냥 아름다운 것만은 아니더라고요. 시골 일은 정말 끝이 없어요. 하루 종일 쉴 새 없이 움직여야 한다고 보시면 돼요. 센터에서 도자기 만들 때가 유일한 저만을 위한 시간이에요. 일주일에 한 번은 다 잊어버리고 진짜 나로 돌아가서 이런 생각 저런 생각하면서 도자기를 만들어요.” 또 한 명의 수강생이 이에 말을 덧붙였다. 


이처럼 도자기 공예반 수강생들은 도자를 빚는 작업으로부터 그동안 잊고 있었던 소박한 나의 모습을 찾고 있었다.

 

▲ 초벌구이 작업을 기다리고 있는 수강생들이 빚은 장독대

 

 

“여기에 고추장도 담고 소금도 담고 집에 내가 만든 물건이 쌓여가고 있어요. 
이제 가족들이 자기들이 필요한 것을 하나씩 만들어 달라는 통에 바빠졌지 뭐예요.”

 

 

도자기 공예반 한편에서는 소녀감성 외에 주민들의 생필품 정신을 읽을 수 있었다. 도자기는 생활에 꼭 필요한 아이템이라서 만드는 족족 하나씩 집에 가져가 바로 사용한다는 수강생들 말이 바로 그 이유였다. 소녀 감성 안에 꼿꼿이 자리하고 있던 주부의 모습이 보였던 것. 


각자 공예를 하는 목적이 무엇이던 인보리 주민들은 도자 공예를 통해 일상 속 소소한 즐거움을 누리고 있었다.

 

 

 

엄마 손은 금손, 딸에게 전하는 선물

 

“이번 작품만큼은 한 과정 한 과정 다 제 손으로 직접 만들거에요.”

 

다소곳한 소녀감성의 도자 공예방 뒤로, 공구 소리가 크게 울리는 목공예방에 발길을 옮겼다. 공구를 이용하는 다른 분들과 떨어진 구석 한쪽에서 기계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대패질부터 모든 과정을 손으로 만들고 있는 여성. 슬며시 옆으로 다가가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했다.

▲ 목공예 수업에서 거울을 제작 중인 박명숙씨

 

언양 지역에 거주하는 박명숙씨는 요즘 매일매일 거울을 보는 딸을 위해 목공예로 거울을 만들어 줄 생각이라고 했다. 나무가 주는 편안한 느낌을 딸이 거울을 볼 때마다 느끼게 해주고 싶단다. 다소 서툴지만 열심히 작업중인 박명숙씨를 보며, 그녀가 손수 만든 거울은 딸의 곁에 평생 남아 엄마의 편안함을 떠올리게 해 줄 것이라 믿어 의심 치 않았다.

 

“어렸을 때부터 나무로 무언가를 만드는 게 꿈이었는데 마침 잘 됐지 뭐예요. 
그날 도자기공예반 수강 신청에 늦은(?) 것이 운명이었나 봐요.”

 

박명숙씨는 원래 울주생활문화센터에서 도자기 공예반 모집 소식을 듣고 수강신청 당일 아침 9시 전에 센터에 도착했다가 수강인원 마감으로 집으로 돌아가려 했다고 한다. 돌아가는 길에 다른 줄을 발견하였고, 나중에 알고 보니 그 줄이 목공예반이였다고 했다. 다른 수강 프로그램으로 목공예를 만났지만 딸에게 줄 소중한 선물을 만들기 위한 그녀는 예전부터 바라던 목공예의 꿈을 이곳에서 펼치고 있었다.

 

 

 

퇴직 교장선생님에서 다시 소년으로

 

“목공예는 예술입니다. 머릿속에서 그리던 이미지나 관념 같은 것들 있죠? 
목공예는 나무라는 소재를 이용해서 제가 머릿속에 그리고 있던 모든 것을 표현해나가는 과정입니다.” 
“나이가 들면 기억력이 많이 떨어져요. 
형체가 있는 물건으로 어떤 생각을 남겨놓지 않으면 하나하나 사라지는 겁니다.”

 

공구 소리가 크게 울리는 목공예실 귀퉁이에서 열정적인 작업으로 한 창인 한 남성을 만났다.

▲ 도동마을 강갑회 이장님, 목공예 작업에 한창이다

 

부산지역에서 교직생활을 끝내고 귀농한지 2년 정도 되는 강갑회씨는 원래부터 공예에 관심이 있었지만 쉽게 접할 수 없었다고 한다. 아이들을 맡은 선생님으로서, 학교 전체를 맡은 교장선생님으로서의 막중한 책임감에 감히 문화예술 활동을 시작할 엄두가 나질 않았기 때문이다.

 

귀농하여 지금 이곳 (울주생활문화센터)에서 목공예 작업을 하는 강갑회 이장님은 1주일에 한번 있는 목공예 시간이 “단순 작품을 만듦에 그치는 것이 아닌, 어떤 물건을 창조해 내는 것,” 일상 속 생활문화가 자칫 단순해질 수 있는 농촌 생활에 활기를 주는 좋은 활동이라고 전했다.

 

 

“생활문화라는 것은 어떤 고차원적인 것이 아니라 단순한 거 에요. 
생활에서 쓸 수 있는 것을 각자가 가지고 있는 예술적 감각을 발휘해서 
일상적으로 사용 가능한 무언가로 만들어 내는 거죠. 
주위에 생활문화활동을 시작하고 변해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입니다. 
센터의 활동이 자칫 단순해질 수 있는 농촌 생활에 활기를 주는 거죠. 나이 드신 분들 정서적 건강에도 좋아요.”

 

생활문화센터가 이 지역에 가져다 준 생활문화는 단순히 공짜 영화나 공연을 수동적으로 관람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동안 꿈꾸어 왔고 자기만이 그려왔던 어떤 것을, 생활에 필요한 무언가를 만들어가는 보다 자발적인 문화 예술 활동인 것이었다.

▲ 울주생활문화센터 목공예반 수강생 모습

 

 

 

울주생활문화센터, 지역민들이 주인이 되어서 꿈을 펼쳐나가는 공간

 

울주생활문화센터의 이용 층의 평균 연령 60대이다. 젊은 층이 40대이고 최고령으로 70, 80대까지 있다. 강좌로는 목공예와 도자기공예반이 있다. 총 네 개의 반으로 목공예반 2반, 도예반 2반으로 구성되어 있고 각각 화요일과 금요일 10시에서 1시까지 수업이 진행된다. 단, 도예B반은 오후 1시부터 4시까지 진행된다. 각각 10명씩이 정원인데 도예반은 인기가 많으므로 신청경쟁이 치열하다. 12주 과정으로 1년에 4번 신청을 받고 분기별로 10명씩 모집한다. 다음 과정은 6월 말에 모집 예정이며 울주생활문화센터 홈페이지에 일정을 공고할 예정이다. 울주 군민을 우선으로 모집하며 정원 미달시 다른 지역민들도 참여가 가능하다.

 

울주문화센터 담당자는 “생활문화라는 것은 주민들 스스로가 자율적으로 모여서 지속적으로 자신들의 취미활동을 즐기는 것”이라며 강좌보다는 자율적인 문화동아리가 더 활성화되었으면 한다고 전했다.

 

* 센터에서 자발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동아리로는 서예동아리, 스마트폰동아리, 천아트, 보릿짚 모자 동아리가 있다.

▲ 수강생들이 직접 만든 작품들

위 사진에서 확인할 수 있듯 울주생활문화센터 동호회 사람들 수준은 벌써 판매가 가능한 수준까지 올라와 있다.

 

동호회 활동은 기본적으로 뜻이 맡는 사람 3명 이상 모이면 진행이 가능하다고 했다. 대관료는 무료이며 하루에 3시간, 일주일에 두 번씩 생활문화센터의 각종 문화공간을 사용할 수 있다. 사용 가능한 문화공간은 요가나 댄스가 가능한 마루공간, 음악연주가 가능한 음악연습실, 문화사랑방, 다목적실 등이 있다. 6월부터 인보리 이장님도 참여하는 요가 동아리가 활동을 시작할 예정에 있다. 짐을 보관할 수 있는 락커룸, 1000여권의 책의 대여가 가능한 작은 도서관까지 갖추고 있어 주민들에게 널리 활용되고 있었다.

▲ 울주생활문화센터 마주침 공간

 

 

생활문화센터는 주민들에게 언제나 열려 있습니다. 
단순히 저희가 마련해 놓은 프로그램에 참여하러 오는 공간이 아닌 
주민들이 주인이 되어서 꿈을 펼쳐나가는 공간이 되었으면 하는 것이 저희의 희망입니다.” 


“지역민들이 편하게 방문하셔서 커피 한 잔 할 수 있는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위의 말처럼 울주생활문화센터 담당자는 “지역민들이 편하게 방문하여 커피 한 잔 할 수 있는 공간”처럼 센터가 편한 공간이 되길 바랐다.

울주군은 범위가 넓고 인구 밀집 지역으로부터 거리가 있어서 아직 센터공간을 사용하는 주민들이 많지는 않다고 한다. 주민들과 함께 만들어 가는 울주생활문화센터. 더 많은 주민들로 붐비는 사랑받는 공간으로 거듭나기를 바란다.

※ 위 콘텐츠는 지역문화통신원에 의해 작성되었으며 지역문화진흥원의 공식입장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